캐나다로 장기 체류를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힌 벽은 바로 캐나다 정착 준비의 현실적인 문제들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던 이상적인 정보나 후기와는 달리, 실제로 준비 과정에 들어가 보면 예측하지 못한 변수들이 정말 많습니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저희 가족에게는 캐나다 정착 준비가 단순한 이사 준비가 아니라 학기 일정, 생활 환경, 지역 특성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엄청난 미션이었습니다.
1. 캐나다 정착 준비에서 가장 먼저 고려한 학기 일정
이 넓디넓은 캐나다 땅덩이에서 후보지를 어느 정도 추려두고 학교를 알아보려던 참에 생각지도 못했던 큰 변수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학교는 3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지만, 캐나다는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원래 24년 2월경 육아휴직 후 캐나다로 갈 예정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학기 중간에 전학을 가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낯선 나라에서 언어와 문화가 생판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버거울 텐데, 학기 중간 전학까지 겹치면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고민 끝에 계획을 앞당기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반 친구들과 함께 새 학년을 시작할 수 있도록 2023년 9월 신학기 입학을 목표로 잡아 다시 일정표를 재정비했습니다.
2. 지역 선정: 정보 수집은 중요하지만 결국 ‘현실’이 답이었다
그다음으로 본격적인 캐나다 정착 준비의 핵심 단계인 정착 지역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지역별 범죄율, 초등학교 랭킹, 외국인 비율, 물가, 도서관·커뮤니티 센터 접근성, 인종 비율, Walmart·IKEA·COSTCO 같은 상권 접근성까지 정말 수십 가지를 비교했습니다.
2024 캐나다 도시별 범죄지수(CSI) 비교 표 — Overall/폭력범죄/비폭력범죄 변화율 분석,
출처: Canada Crime Report
구글 검색 Fraser Institute 캐나다 학교 랭킹 페이지 미리보기
바로가기: School Ranking
지금 생각해 보면 최선의 선택을 위해 엑셀 표까지 만들어가며 '완벽한 지역'을 찾으려 했는데, 나중에 집을 실제로 구할 때 보니 이 모든 건 참고는 될지언정 다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집이 없으면 지역을 고를 수가 없다 보니 ‘이 지역이 더 좋으니 여기로 갈래’가 아니라, ‘나를 받아주는 집이 있는 곳’이 곧 우리가 살아야 할 지역이었습니다.
3. 2023년 캐나다 주택난: 집은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2023년 초, 캐나다는 코로나가 종식되는 분위기 속에서 렌트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본격적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 시점은 2023년 5월이었는데, 마침 엔데믹 선언 직후라 캐나다로 유입되는 인구가 폭증하면서 렌트비는 말 그대로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집 자체를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은근히 로망을 가졌던 마당 딸린 하우스 생활은커녕, 일반 콘도(한국의 아파트 개념)조차 세입자를 골라 받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게다가 막 캐나다에 들어올 저희 가족 같은 신규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보여줄 크레딧 기록이 전혀 없다 보니 경쟁에서 밀리는 건 당연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희는 원하는 조건을 말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이 동네가 좋아 보이니까 여기로 가자'가 아니라, 내가 정한 도시 안에서 ‘어디라도’ 집주인이 OK 한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들어가야 하는, 그런 완전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을 온몸으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4. 캐나다 집주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이해가 됐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니 그럴 만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전월세가 부족할 때 사람들이 줄 서서 집을 본다거나, 심지어 제비뽑기로 계약하는 뉴스들이 나왔었습니다. 실제로 이런 기사까지 있을 정도니까 말이죠.
‘현관문 앞에 줄 서고, 제비뽑기로 계약…전세난 백태’ 뉴스 기사 보기
그런 상황에서 국적도 다르고, 크레딧 기록조차 없는 누군가가 해외에서 '월세를 구하고 싶다'고 연락해오면 솔직히 선뜻 계약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제가 집주인이라도, 이미 입주하고 싶어 줄 서 있는 한국인 세입자 대신 갑자기 대만에 사는 회사원이 계약하겠다고 연락 온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테니 말입니다.
게다가 캐나다는 우리나라처럼 ‘보증금’이라는 제도 자체가 없다 보니 집주인 입장에서는 더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렌트 시장이 뜨거워질수록 가장 불리한 사람은 해외에서 입국을 준비하는 신규 세입자라는 현실을 그때 제대로 실감했습니다.
5. 극적으로 집 계약 성공, 그리고 진짜 캐나다 정착 준비의 마무리
그렇게 앞서 꼼꼼히 정리해놓고 점찍어두었던 여러 후보 지역들은 고려하기도 전에 집을 못 구하게 생긴 상황이었습니다. 이쯤 되니 '혹시 집을 못 구해서 캐나다 계획 자체가 좌절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계획했던 일정은 다가오고, 마음은 조급해지고, 선택지는 점점 좁아지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저희 가족을 받아주는 집을 발견했습니다. 10년이 넘은 오래된 콘도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사막 속의 오아시스처럼 보였습니다. 집주인은 월세 선납 조건을 요구했지만, 어차피 내야 할 돈이라 생각하고 단숨에 계약 후 송금까지 마무리하고 나서야 한시름 놓았습니다.
신학기 일정 맞추기부터 끊임없는 정보 조사, 그리고 현실적인 렌트 시장의 장벽까지 정신없이 달려왔는데, 이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나니 정말로 캐나다 정착 준비의 종지부를 찍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가서 살 집까지 구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하나, 바로 ‘짐 정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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