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수속을 마치고서야 비로소 보였던 캐나다의 첫 풍경 ⓒ 욱이 촬영
캐나다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기에, 저는 비자 발급을 위한 서류를 그야말로 '철저하게' 준비했습니다. 혹시나 발생할 모든 변수에 대비해 영문 번역 공증부터 학교 서류까지 완벽한 파일철을 만들었죠. '준비가 완벽하면 문제없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함께 심사대로 향했습니다.
- 가족관계증명서 & 혼인관계증명서 (영문 번역 공증 필수)
- 아이들 학교 입학허가서 (LOA: Letter of Acceptance)
- 캐나다 현지 집 렌트 계약 서류
- 아이들 학생비자(Study Permit) 신청 서류 및 신체검사 결과지
- eTA 승인 서류 및 충분한 체류 자금을 증명할 통장 잔액 증명서
'Case by Case(케바케)', 'Person by Person(사바사)'의 나라인 캐나다답게 입국 심사의 난이도도 심사관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기때문에 제발 너그러운 심사관이 걸리길 간절히 기도하며 줄을 섰지만, 불행히도 우리 가족 앞엔 최악의 심사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커스테디언이 어디 있어?" 난생처음 듣는 단어의 습격
우리 가족의 계획은 명확했습니다. 아이들 둘은 학생 비자를 받고, 부모인 저희는 보호자 자격인 비지터 퍼밋(Visitor Permit)으로 체류하는 것이었죠. 그런데 심사관이 대뜸 서류를 훑더니 날카롭게 물었습니다. "Where is your Custodian?"
커스테디언? 난생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당황해 그게 뭐냐고 되묻자, 심사관은 갑자기 고압적인 태도로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왔냐"는 식의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너희 가족은 입국 자격이 없으니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내뱉더군요. 캐나다 땅을 밟은 지 10분 만에 들은 소리가 입국 못한단 얘기라니, 눈앞이 아득해졌습니다.
"이대로 캐나다 땅도 못 밟아보고 쫓겨가는 건가?
아이들과 이 산더미 같은 짐을 들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서류를 보여주며 부모가 직접 체류하며 아이들을 돌볼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돈 문제를 물고 늘어지더군요. 통장 잔액 증명서를 보여주니 "이 큰돈은 어디서 났냐"부터 시작해, 제가 육아휴직 중이라고 하니 믿을 수 없다며 증명 서류를 당장 내놓으라고 독촉했습니다.
육아휴직 증명과 1시간의 피 말리는 대기
육아휴직 서류는 회사 내부 문서기도 하고, 입국 시 필수 서류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영문 공증을 받아오지 않았습니다. 영어 버전이 없다고 사정해도 소용없었습니다. 결국 한국인 스태프까지 불려 와서 국문 서류를 일일이 해석하고 나서야 육아휴직 중인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하지만 심사관의 의심은 끝이 없었습니다. 제 업무를 대신할 후임자의 연락처까지 요구하더군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하니 말도 안 된다며 저희를 대기실로 보내버렸습니다. 차가운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 1시간은 제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지옥 같은 대기 끝에 심사관이 저희를 다시 불렀습니다. 결과는 단 2달짜리 비자. 2달 안에 알아서 연장하든가 아니면 돌아가라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이었습니다. 멘탈이 완전히 털린 채 심사장을 나오는데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거리더군요.
우여곡절 끝에 받아낸 단 2달짜리 비자 ⓒ 욱이 촬영
캐나다 입국, 결국은 거대한 운칠기삼(運七技三)
나중에 캐나다에서 알게된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말 기가 막혔습니다. 영어를 거의 못 해서 심사관 말을 못 알아들었는데도 'Yes, Yes'만 했더니 4년짜리 비지터 퍼밋을 한 번에 받은 분도 계셨습니다. 반면 저희는 그 철저한 서류를 가지고도 입국 거부 위기까지 갔으니, 정말 '심사관 운'이 전부라는 말이 실감 났습니다.
입국심사장을 나와 컨베이어 벨트 옆에 산더미처럼 쌓인 우리 짐들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캐나다 땅을 밟는 순간부터 이렇게 순탄치 않은 걸 보니, 앞으로의 2년이 정말 쉽지 않겠구나.' 하지만 힘들다고 사치 부릴 시간도 없었습니다. 바로 짐을 챙겨 공항 밖으로 나섰습니다. 진짜 모험은 이제 시작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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